씨네필의 영화천국/영화 리뷰

구시대적 한국식 코미디의 한계, 영화 <해치지 않아> 리뷰

뭉티쥬씨 2020. 2. 9. 01:21

바야흐로 코미디 장르의 황금시대다. 2019년 900만 흥행돌풍을 불러 일으킨 <엑시트>, 천만 관객을 달성한 <극한 직업>까지.

한국 영화계엔 코미디 장르의 거센 돌풍이 불고 있다.

 

5년전 <신세계>를 기점으로 느와르 장르가 한국 영화계 돌풍을 일으킨 이후, 2019년을 기점으로 코미디 장르가 그 돌풍의 흐름을

바톤터치 받았다.

이젠 코미디 장르라면 매력적인 소재만으로도 여타의 장르들보다 흥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단 이야기다.

 

2020년, 한국영화의 첫 코미디 작품으로 과감하게 스타트를 끊은 <해치지 않아>

 

<해치지 않아>의 소재와 이야기는 꽤나 매력적이다.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동물 탈을 쓰게 된 사람들의 우여곡절 소동극'

로그라인만봐도 후킹 지점이 명확하다.

 

그런데 왜?

 

흥미로운 소재임에도 <해치지 않아>는 어째서 흥행에 실패 했을까?

 

 

<'구시대적 한국식 코미디'를 답습하는 이야기 전개>

 

다시 <엑시트>와 <극한 직업>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 두편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재밌는 소재? 이야기?

 

2019년. 한국 코미디 장르의 정점을 찍었던 <엑시트>, <극한 직업>

 

가장 중요한 지점을 빼먹고 있다. 두 편 모두 '한국식 코미디 특유의 최루성 전개'가 빠져 있다는 점.

하지만 이와 달리 <해치지 않아>는 과거 지향적인 스토리텔링과 시대를 역행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다.

웃음 뒤에 눈물이 있다면 흥행할 수 있었던 과거 한국 영화 코미디 장르의 이야기 공식.

<해치지 않아>는 이런 구시대적 이야기 방식에 의존해 개연성 부족한 전개들을 감정으로 호소한다.

아무리 소재와 아이디어가 번뜩이더라도 촌스러운 이야기는 소재의 매력을 무색하게 만든다.

 

<1차원적 캐릭터>

 

캐릭터는 또 어떠한가. 

착한놈은 내 편, 나쁜놈은 남에 편.

주인공은 착해야 하고 주인공 반대편에 맞서는 인물은 절대악인 뻔한 구도.

뻔하디 뻔한 선악 구도는 영화 속 모든 캐릭터들을 1차원적인 틀 안에 가둬버린다.

왜 주인공과 맞서는 안타고니스트는 뻔한 악으로만 규정 하는가?

왜 주인공은 늘 올바른 선택을 해야만 하는가?

 

<감정 호소에만 의존된 개연성 전개>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 1차원적인 캐릭터에 의해 숨 죽어 있는 대사들.

모두 그렇다 치자.

자극적인 상황들을 절제하고 착한 웃음을 선사해 <순한 맛 코미디>를 만들기 위한 방식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개연성이다.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고, 위기가 해결되는 모든 과정을 관객의 감정을 호소해 설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주인공 강태수(안재홍 역)가 동물원 폐업 위기를 황대표(박혁권 역)에게 설득하기 위해 선택된 이야기 방식이 무엇이었나.

또 강태수가  동물원 존폐 위기의 상황에서 감정적 딜레마를 겪는 문제는 무엇인가.

동물원 직원들의 해고 문제, 동물들의 거처 문제. 모두 감정적 호소에 의한 것들이다.

 

이 감정적 호소는 각 인물들의 동력과 감정 변화에만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전개까지도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인물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모두 너무 뻔하고 쉽다.

강태수가 대기업 대표(한예리 역)를 설득시키는 과정만 봐도 그렇다.

강태수는 동물원을 지키기 위해 위해 대표(한예리 역)에게 어떤 제안을 하는가.

동물원이 유지될 시 친환경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이미지. 단지 그 뿐이다. 

심지어 대표는 그 제안을 듣고, 단숨에 동물원 폐업 결정을 철회한다.

이렇게 불안정한 개연성의 과정들이 겹겹이 쌓여 영화는 설득력 구축에 실패하고 만다.

 

 

존폐 위기의 동물원.

동물원 직원들이 동물 탈을 쓰고 동물 흉내를 낸다면?

 

영화는 흥미로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구시대적인 이야기 구성과 부족한 설득력으로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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