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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필의 영화천국

moon의 영화 시나리오 작성 노하우 part 10 <마지막편>

<시각적 디자인>

 

 part 8,9 통틀어 우리는 간결하고 생동감 넘치는 대사에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 하지만 시나리오에는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들이 존재한다. 바로 관객이 스크린 위에서 어떤 것을 보느냐, 어떠한 관점으로 보게 되는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즉, <비주얼> 시각적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지느냐를 결정하는 요소들은 시나리오로 부터 발현된다. 시나리오를 받은 감독은 이를 해석해 나가며 순간순간의 숏컷들을 생각하게 된다. 또한 극 전체의 분위기 및 비주얼에 대해 힌트를 얻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어떻게 해석하며 비주얼을 결정하는 책임이 떠넘겨지는 순간이 바로 이 과정에서 일어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결정 권한이 감독에게 넘어가는 것은 아닌데 이 과정에서 작가의  <참여>는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겠다. 예를들어 이 씬은 어떤 카메라 렌즈로 어떻게 찍어야 한다느니 무조건 풀샷으로 찍어야 한다느니 등의 자세한 카메라의 이동까지 세세하게 써내려 간다면 감독은 말 그대로 할 일이 없어진 것이나 진배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연출하는 대신 똑똑한 시나리오 작가들은 시나리오에 나오는 문장과 단어들로 이러한 카메라의 구도의 힌트를 줄 수 있다. 예를들어 (구슬을 높게 들어 자세히 살펴보는 영준)등의 지문을 적어넣게 되면 감독은 자연스레 클로즈업을 찍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하나의 노하우다.

 비주얼의 묘사는 극의 장르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며 관객의 눈이 되는 카메라 앵글과 색감과 등장인물의 행동반경등 많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다시금 중요하다 언급하고싶다. 

 

 <씬의 분할의 대하여>

 

 하나의 씬은 앞뒤가 잘 짜여진 하나의 단막극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찍고자 하는 씬의 주인공은 시나리오상의 주인공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들 수 있겠다. 또한 이러한 씬이 훌륭하게 연출되려면 이야기의 장애물과 극의 절정과 해결까지 모두 포함하면 좋다. 물론 모든 씬이 이렇게 짜여져야 하는 필요는 없다. 

 시나리오는 주플롯과 주플롯의 주제를 조금 더 부각시켜 줄 수 있는 서브플롯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러한 플롯들이 모여 시나리오의 큰 주축을 담당하게 되는데 이를 잘게 나눈것이 씬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씬에 대하여 앞서 말한바와 같이 각자의 씬에는 주인공이 달라도 상관없다. 중요한점은 해당씬이 의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드라마틱한 장면의 연출은 대게 좀더 커다란 갈등의 유발을 드러내게 된다. 하지만 또 무조건 적으로 그러한 씬의 마지막에서 갈등의 해소를 나타낼 필요는 없기도 하다. 주인공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그린 씬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목표에서 좀 더 멀어지게 되거나 좌절하기도하는 장면이 연출되어도 상관 없다. 그것 자체가 해당씬의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드라마틱한 장면의 연출은 관객의 기대와 두려움의 진폭을 보다 많이 키우는데서 시작할 수 있다고 간단히 말할 수 있다. 

 씬과 씬사이에 서로 나뉘어진 부분들을 어떻게하면 티가나지 않게 잘 꿰맬수 있을까? 훌륭한 시나리오 작가는 이와같은 과정에서 주로 관객에게 기대심이나 두려움을 자아낼 수 있는 몇가지의 간단한 증거들 혹은 심증들을 심어주게 된다. 가령 예를들어 주플롯에서 A라는 남자가 B라는 여자에게 사랑고백을 하러 대학교로 찾아간다는 설정이 있다고 보자, 대학교를 찾아가는 길목에서 우연치않게 지나가는 차가 튀긴 물세례를 받고 몽땅 젖는다.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게 된다면 관객은 다음씬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 질 것이다. 이 씬 사이에 전혀 다른 상황에서 빨래하고 있는 C라는 친구의 서브플롯을 끼어넣어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어느정도의 인과관계로 이어진 상태를 만들어 놓으면 관객은 앞서 말했다시피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계속해서 작품에 빠져들 것이다. 

 

<고쳐쓰기에 대해>

 자신의 시나리오를 들여다 보며 수없이 고쳐쓰고 원고를 찢기도 하며 수없이 고쳐쓰고 고쳐썼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야기가 써놓고 보니 작가 본인만 재미있다거나, 상용화되기 어려운 작품이라던가, 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이야기를 뒤집어 엎기도하며 캐릭터의 설정을 바꾸어 보기도 하며 씬자체를 날려보기도 하고 많은 시도를 했었을 것이다. 좋은 자세이다. 초고에서 어떠한 실수도 없이 시나리오를 완성시킨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있다. 조금만 고쳐쓰거나 아예 고치려고 들지 않는 시나리오 작가는 성공하기 어려운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다시금 말하고 싶다. 차라리 남에게 일련의 평가를 받는다거나 공고를 지원하는 과정들은 시나리오의 날을 다듬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망치질을 하는 것이 좋은 촉매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시나리오 작가 본인이 초고를 쓰기 전 열심히 아웃라인을 정해놓고 글을 써내려갔다고 하더라도,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가 쓰고자 하는 인물에 대하여, 혹은 상황에 대하여,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새로운 정보로 인하여 또는 스토리에 대하여 새롭게 깨닫는 지점을 발견하게 되면 이를 '고쳐, 말어?' 라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고민에 빠지게 되는 순간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천천히 다시 아웃라인을 정해도 괜찮다. 시나리오가 더 발전하는 숭고한 순간이니 말이다. 

 

<고쳐쓰기에 대하여 두번째>

 

 본인이 지금까지 힘들게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를 다른사람에게 보여주는 행위는 마치 발가벗겨진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나도 그래왔고 당신도 그럴것이다. 시나리오의 완성단계를 거치는 과정에는 다른이로 하여금 피드백을 받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싶다. 지금까지의 본인의 내면세계가 다른사람에게 가감없이 보여진다는 것은 말 그대로 많은 용기가 필요한 행위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을 몇번이고 지내게 되고 몇번의 고쳐쓰기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일종의 긍적적인 생각이 들수있게 된다. "괜찮아, 조금더 힘내서 수정해보자" 등의 과정들이 지나가게 되어 "정말 괜찮은 시나리온데?"라는 평가가 나왔을때의 짜릿함은 일종의 마약과도 같다.

 하지만 다른이의 피드백을 참고하여 고쳐쓰기를 한다는 것은 말그대로 피드백을 참고하는 것에서 쓰는 것이지 피드백 그 자체로 시나리오 전체를 뒤집을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이는 시나리오작가 본인의 영역이고 자신의 색깔이 듬뿍 묻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해당 피드백이 무조건적으로 고쳐져야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시나리오 작가 본인의 몫인 것이다. 그러나 초고를 보았던 독자들, 혹은 그 이후의 수정본을 보았던 독자들에게 비슷한식의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면 이는 확실히 문제점이 있다는 뜻이다. 너무 아프겠지만, 고쳐써야 하는 명확한 지점이라는 것을 시나리오작가 본인이 인정해야한다. 

 때때로는 이 고쳐쓰기의 과정이 구멍을 매우듯 아주 조금만 손봐도 될 수 있다. 반면 시나리오 전체의 구성이나 캐릭터의 전반적인 모습을 뒤집어야할때가 다가올 수도 있다. 이럴때는, 다시한번 아프지만, 기초작업부터 아웃라인을 다시 그리고 뼈와 살을 채우는 대대적인 과정을 다시금 해야하는 수밖에 없다. 이럴때는 잠시 휴식을 가지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뒤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해당 시나리오가 잘못된 부분은 어떤 부분이지 정확하게 진단을 피드백들을 모아 정리해서 추합하고 이를 보수하는 과정을 가지면 된다. 말이 쉽지, 뼈아픈 건 사실이다. 때문에 나는 이러한 일련의 고통의 시간이 다가오면 당장은 시나리오를 던져둔다. 해당 시나리오가 나에게 새롭게 보일때, 다시 꺼내어 펜을 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단점은 이미 본 소재의 신선함이 많이 떨어졌다 느끼기 쉽다. 

 시나리오가 공모전에 당선이 되거나 투자를 받아 영화로 기획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전혀 다른 고쳐쓰기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몇일째 잠을 못잘 수 있으며 몸은 부서질 것 같겠지만, 마음만은 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상태로 2고, 3고, 4고 마침내 완성본을 제본할 수 있을것이다.